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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에서 ‘좋은 음악’이 지속되는 방식: 문화도시 5년, 음악 사업의 현장 기록


INTERVIEW: 정지혜 대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에서 음악과 서브컬처 관련 사업을 꾸준히 담당해 온 정지혜 대리를 만나 지역에 어떤 음악 인프라가 있고,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 진행, 정리맹주희
사진김영진
장소부평아트센터
INTERVIEW: 정지혜 대리 - 사진

안녕하세요, 대리님.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18년 부평구문화재단에 입사해 문화도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지혜입니다. 재단에 처음 와서는 지역문화사업을 담당했고, 2021년 부평구가 문화도시로 선정된 이후 문화도시센터로 이동해 현재까지 음악과 서브컬처 관련 사업을 주로 담당하고 있어요. 문화도시센터에서 5년 동안 계속 같은 사업을 맡아온 경우는 흔치 않은데, 그만큼 이 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운영해 온 입장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부평구가 선정된 ‘문화도시 사업’은 무엇인가요?

부평구의 문화도시 사업은 ‘법정 문화도시 사업’으로,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가 각 도시만의 문화 정체성을 키우도록 지정하는 국가 사업이에요. 선정되면 5년간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고,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어요. 부평구는 2021년에 제2차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됐고, 현재 전국에 지정된 문화도시는 총 37곳입니다. 인천에서는 부평구가 유일한 문화도시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문화도시”라고 이름을 붙이는 게 아니라, 국가가 공식적으로 해당 도시의 문화적 방향성과 가능성을 인정해 주는 제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지역 뮤지션들을 위한 지원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메인 사업은 ‘지역 뮤지션 지원사업’이에요. 2021년부터 2024년까지는 음원·영상 제작 지원을 중심으로 진행했고, 2025년에는 뮤지션들이 본인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브랜딩 지원 사업으로 확장했습니다. 이후에는 활동 지원으로 이어지는데요. <뮤직 플로우 페스티벌>, <오늘도 무사히> 같은 큰 기획 공연에서 선배 뮤지션들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도 하고, 지역 내 클럽이나 펍에서의 연합 라이브 공연을 지원했습니다. 올해는 홍대 ‘벨로주’ 공연까지 확장했고, 부평구청 등 유관기관과의 행정 협업을 통해서 공연이 필요한 자리에 지역 뮤지션들이 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뮤직 플로우 부평>이라는 사업도 운영했습니다.

문화도시 사업이 올해 5년 차로 곧 마무리될 예정인데요. 이 5년을 통해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가장 큰 변화는 5년간 안정적으로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비교적 큰 단위의 사업과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에요. 단년도 사업 위주일 때는 시도하기 어려웠던 프로젝트들도 문화도시 사업을 통해 가능해졌죠. 부평은 문화도시 사업 안에서 음악과 서브컬처를 도시의 특성화 사업으로 설정해 집중적으로 운영해 왔는데요. 특히 서브컬처 사업은 다른 지자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형태라서, 부평만의 색깔 있는 사업으로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사업을 통해 도시의 문화적 이미지를 조금씩 만들어갈 수 있었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인천음악창작소 같은 거점과, 부평구의 문화도시 사업은 어떤 시너지가 있었나요?

2024년에는 인천음악창작소와 지역 뮤지션 지원사업을 동시에 운영했어요. 공모를 함께 진행했고, 인천음악창작소의 전문 인력과 시설을 활용해 음반과 음원을 제작하고, 재단에서는 지역 내 라이브 클럽과 연계한 <뮤직 플로우 라이브 클럽>, 부평구청 및 외부 기관 행사 참여, 라이브 영상이나 뮤직비디오 같은 음악 영상 콘텐츠 제작을 지원했어요. 제작과 활동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시너지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원을 받은 뮤지션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도움은 무엇일까요?

지원금이나 제작 지원 같은 직접적인 도움도 물론 크지만, 개인적으로는 네트워킹의 효과가 가장 크지 않았나 생각해요.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뮤지션들이 이 사업을 통해 서로를 알게 되고, 함께 공연하고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점이요. 혼자 활동하던 뮤지션들이 ‘지역 안에서 함께 움직일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걸 체감하는 것 자체가 큰 변화였다고 느꼈습니다.

모든 성과가 숫자로 설명되지는 않잖아요. 숫자 말고도 놓치면 안 되는 ‘질적 성과’가 있다면요?

저는 결국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5년 동안 총 54개 팀, 105명의 지역 뮤지션을 발굴하고 이들과 협력하며 사업을 진행해 왔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봅니다. 서브컬처 사업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라이엇(스케이트보드), L.A.C(그래피티) 같은 로컬 서브컬처 크루들과 함께 씬을 만들려고 시도했던 경험이 중요했다고 생각해요.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핵심 플레이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실제로 L.A.C와 재단의 협업을 보고 지방에서 그래피티 작가를 꿈꾸는 학생들이 부평을 방문하기도 했고, L.A.C는 파주에서 부평으로 작업실을 옮겨오기도 했어요. 이런 변화들이 숫자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한 성과라고 생각해요.

대리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문화사업’이란 무엇일까요?

지속되는 사업인 것 같아요. 문화도시 사업도 5년으로 끝나는 구조라는 점이 아쉬워요. 최소한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이어져야 도시 안에서 눈에 보이는 변화와 성과가 축적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비록 지원이 종료돼서 예산이 축소되더라도 그 안에서 작게라도 계속해 나가는 지속성이 필요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더 자주 써줬으면 하는 공간이 있다면요?

‘부평아트센터’요. 공연, 전시, 교육, 지원사업까지 시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정말 좋은 공간이에요. 특히 청년들을 대상으로 DJ, VJ 클래스처럼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했고, 음악 디깅 클럽처럼 소셜살롱 형태의 프로그램도 진행해 왔어요. 서울로 나가야만 재미있는 문화가 있는 게 아니라, 인천 내에서도 충분히 재미있는 문화 경험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장소가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부평에서는 ‘클럽 노크’를 추천하고 싶어요. 자체 공연이 활발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 진심으로 운영하는 공간이라 음향이나 내부 하드웨어도 잘 갖춰져 있어요. 그 외에도 부평에 공연하기 좋은 장소로 부평구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부평문화사랑방’과 ‘올래공연장’ 등이 있어요. 또 2026년 상반기에는 부평아트센터 3층에 복합음악공간이 새롭게 개관할 예정인데요. 리스닝 룸 등으로 조성될 예정이니, 관심 갖고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