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공감> 기획위원, 멜로 <트랙제로> 전문위원,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이자 동인천에 거주하며 인천의 역사·문화, 그리고 지역 뮤지션들과 꾸준히 소통해 온 대중음악 평론가 김학선을 만나 인천의 음악 공간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 인천에 음악 씬이 있나요?”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인터뷰는, 인천 곳곳에 이미 존재하는 ‘좋은 음악 장소들’을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대화가 되었다.
평론가님,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은 인천의 ‘음악 공간’ 이야기를 같이 나눠 보려고 해요. 우선 큰 질문부터 여쭤볼게요. 지금 인천에 ‘음악 씬’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아티스트, 관객, 공간. 이 세 개가 어우러져야 씬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과거에는 인천에 정말 번성했던 씬이 있었어요. 동인천과 관교동 쪽에 헤비메탈 씬이라는 게 있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부평 애스컴시티도 있었고요. 제가 인천에 온 지 9년 됐는데요. 그때는 모든 게 흔적만 남아 있었어요. 인디 씬이 시작된 90년대 중후반부터 인천의 음악 씬이 거의 몰락했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몇 년 사이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새로운 공간들도 생겨나고 아티스트들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어요. 확실히 인천음악창작소나 부평구문화재단의 역할이 컸던 것 같아요.
인천에서 씬이 다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아티스트에게 목표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대구나 부산 씬의 경우, 막 음악을 시작한 친구들이 지역 클럽의 인디 뮤지션을 보면서 ‘저 형들, 저 누나들 되게 멋있다.’ ‘나도 저렇게 음악을 해야지.’ 하는 목표나 꿈이 생길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인천은 그게 없었던 거죠. 지금은 막 만들어 가고 있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매년 인천음악창작소에서 심사를 해 오고 있는데, 최근 정말 좋은 아티스트들이 많이 지원하고 있어요. 이번 ‘산만한시선’이나 ‘컨파인드 화이트’ 같은 팀은 정말 좋은 팀이에요.
인천에서 추천하고 싶은 음악 공간이 있다면?
물론 공연장이나 LP바들도 있지만, 배다리의 책방들도 좋은 음악 공간이에요. 특히 ‘아벨서점’은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언제나 클래식 FM이 흘러나오고 있어요. 참 특별해요. 그리고 음악 서적을 아벨서점처럼 모아 놓은 데가 별로 없어요. 저도 아벨에 가끔 음악 책을 사러 가거든요.
‘삼성서림’도 좋죠. 사장님이 직접 만드신 수제 스피커에서 늘 좋은 음악이 흘러나오잖아요. 가끔 음악도 추천해 주시고요.
맞아요. 삼성서림에서는 음반도 판매하시더라고요. 손님 중에서도 아마 배경 음악을 전혀 신경 안 쓰는 분들도 분명 많을 거예요. 그럼에도 그렇게 헌책방이라는 고유의 정서와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 두시는 게 멋있다고 생각해요. 동인천 ‘토니커피하우스’도 그런 곳이에요. 여기는 커피도 맛있는데 음악도 참 좋아요. 마침 대표님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한 번 있었는데, 이 공간에서 어떤 시간대에 어떤 음악이 흘러나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계속 음악을 들어 보고 하나씩 선별해서 플레이리스트를 만든대요.
거긴 주로 어떤 음악들이 나오나요?
재즈나 AOR이 주로 나오고, 클래식도 가끔 나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습관들’이라는 카페도 있어요. 여기는 사장님이 90년대 인디 매니아거든요. 엘리엇 스미스도 듣다가 요즘은 파더 존 미스티도 들으시고, 라디오헤드 같은 음악들을 많이 트시는 것 같아요.
공연장 말고도 의외의 좋은 음악 장소들이 많네요.
그렇죠. 저희가 인천의 오래된 것들을 좋아하는 게 그런 이유잖아요. 고풍스러운 매력이 있고 오래된 공간이 주는 안락함 같은 것들. 개항로에 있는 ‘싸리재’도 그렇거든요. 거기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이 한 번 있었는데, 거기 LP가 되게 많아요. 축음기, 스피커 같은 것도 많고요. LP 중에서 원하는 걸 틀어 달라고 하면 틀어 주시거든요. 동물원 1집을 틀어 주셔서 김창기가 부른 ‘잊혀지는 것’을 들었는데, 그 곡이 제 인생의 노래이기도 하고 그 공간이 주는 특별함이 있더라고요.
맞아요. 책방이나 카페 외에도 추천해 주실 만한 장소가 있을까요?
제가 ‘아트센터인천’을 주변에 많이 추천해요. 인천 최고의 공연장이라고 생각해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인천시향이 공연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더라고요. 시민들을 위해서 좋은 공연을 저렴하게 기획하거든요. 기획 공연들은 만 원이면 볼 수 있어요. 음향 시설도 예술의 전당에 뒤지지 않아요.
최근 필리프 헤레베허의 내한 연주를 봤는데 4만 원 정도에 봤어요. 레전드 지휘자의 공연을 좋은 공연장에서 4만 원에 볼 수 있는 건 정말 훌륭한 복지죠. 근처에 잠봉뵈르가 맛있는 ‘르쁠라드수르’라는 집이 있고, 유명한 ‘돌핀커피 오마카세’도 있으니까 데이트하기에도 좋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김학선 평론가님이 추천하는 ‘인천에서의 하루 음악 코스’를 부탁드릴게요.
인천이니까 중식으로 시작하죠. 먼저 신포에 있는 ‘전가복’에 갑니다. 2만 원 대의 세트 메뉴를 시키면 다양한 메뉴를 코스처럼 맛볼 수 있어요. 게다가 4인 이상 세트를 시키면 양장피를 서비스로 줍니다. 정말 최고의 가성비죠. 식후에는 토니커피하우스에 가서 음악을 들으면서 커피를 마셔요. 빨간 벽돌과 아치, 이전에 번성한 호프집이었던 건물의 흔적들을 보는 재미도 있을 거예요. ‘습관들’에 가서 인디 음악을 들으면서 수다를 떨어도 좋고요. 그리고 아벨서점으로 가면 좋을 것 같아요.
싸리재길을 지나 배다리에 있는 아벨서점에 오후 4시쯤 도착하면 딱 좋겠네요. 언제나처럼 클래식 FM이 흘러나오고 있을 겁니다. 거기서 음악 책을 구경해도 좋고요. 그리고 마침 아트센터인천에서 공연이 있는 날이라면, 슬슬 송도로 넘어갑니다.
저녁 식사는 송도 ‘카레즈’로 가요. 음반이나 음악 서적도 많고, 음악 선곡도 좋아서 맛있는 카레와 좋은 음악을 같이 즐길 수 있는 곳이거든요. (점심 배가 아직 안 꺼졌다면 ‘르쁠라드수르’에서 간단하게 잠봉뵈르를 먹는 것도 좋겠네요.) 그러고 나서 만 원을 내면 콘서트홀에서 인천시향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어요. 공연을 보고 나오면 그 앞으로 밤바다가 보이거든요. 그 고요히 흐르는 풍경을 감상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김학선 평론가가 추천하는 인천에서의 하루 음악 코스
전가복 > 토니커피하우스/습관들 > 아벨서점 > 카레즈/르쁠라드수르 > 아트센터인천